최성우 기장전 진에어 기장
2026.03.26·6,103 조회·176·4
은퇴한 지 딱 1년이 됐습니다.
35년간 조종석에 앉아 하늘을 날았어요. 처음 부기장으로 비행했던 날의 설렘, 기장 승격 후 처음 혼자 이륙했을 때의 긴장감, 그리고 마지막 비행에서 착륙 후 승객들의 박수 소리... 지금도 생생합니다.
가장 그리운 건 새벽 비행이에요.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올라가면,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걸 가장 먼저 볼 수 있었거든요.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.
기억에 남는 비행이 많지만, 그중에서도 태풍을 피해 우회 비행하던 날이 생각나요. 승객들은 모르셨겠지만, 저와 부기장은 몇 시간 동안 긴장의 연속이었어요. 안전하게 착륙했을 때 부기장이 "기장님, 수고하셨습니다" 하던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요.
은퇴 후 처음 몇 달은 솔직히 힘들었어요. 매일 아침 유니폼 입고 출근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,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 오히려 어색했거든요.
지금은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요. 손자들한테 비행기 이야기 해주는 게 요즘 제일 즐거운 일이에요. 녀석들이 "할아버지 진짜 비행기 조종했어?"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뜰 때,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요.
하늘을 그리워하는 분들, 저만 그런 게 아니죠? 우리 가끔 모여서 옛날 이야기 나눠요. 그게 제일 좋은 힐링인 것 같아요. ✈️